1. 드디어 어비스리움을 지웠다. 거의 모든 깨어 있는 시간을 광고를 보고 탭을 해대는 차력쑈를 해서 과금이 많이 필요한 가을의 정령 하나를 빼고 모든 생일파티 관련 이벤트 물고기와 정령을 다 얻었다.
마지막으로 가을의 정령을 뽑을 수 있는 행운의 조개 가챠를 한 번 더 돌리고 역시나 뽑히지 않은 결과를 보고는 미련 없이 게임을 지웠다. 아마 가을의 정령이 나왔으면 나온대로 또 미련 없이 지울 수 있었겠지.
나는 좀 너무 할 만큼 해 버렸어. 일을 오랜만에 들어가는 것에 대한 불안이 기간한정인 이벤트 퀘스트를 깨는 것으로 발현이 된 것 같다. 계속 눈 앞에 노가다만 하면 시간만 들이면 깰 수 있는 퀘스트가 있고 그걸 차곡차곡 깨서 더이상 깰 것이 없는 수준에 도달할 수 있고. 나는 대부분의 게임을 이런 마음으로 하고 있긴 해..
그렇지만 그렇기 때문에 미련은 없다. 그냥 내가 할 만큼 아니 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하고 그거에 대한 결과도 납득할 수 있으니까.
그렇지만 일도 사람도 정해진 공략도 단계도 없어서 언제나 미련이 남는 것 같다. 물론 공략도 단계도 없지만 자신의 최선을 다 하면 미련이 남지 않는다는 건 나도 알지만 게임은 내가 내 방식으로 내가 납득할 때까지 최선을 다하도록 그냥 거기에 있잖아. 뭐 기간한정이면 기간한정인대로 그 기간만큼은. 그렇지만 사람도 일도 시도를 실패해도 뭐가 실패했는지도 모르고 예고도 없이 기회가 사라지고 나는 그럼 망연자실하게 그 자리에 남겨저서 내가 뭘 잘못했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되짚어보다 과부하가 되어 모든 걸 다시 잊고. 새롭게 다시 실수를 반복하고.
특히 관계에 대한 미련은 시간이 지나는 것 그 외에 다른 방법은 없는 것 같다. 나는 그냥 그 관계에 대한 감정과 기억이 희미해지길 기다리는 수 밖에.
요즘 여러 일로 내가 대체 무얼 잘못했나 그냥 눙쳐서 생각하는 거 말고 디테일하게 파고 들자니 괴로워서 견딜 수가 없다. 그래도 일은 최소한 이미 남들이 해 놓은 것들이 있고 최소한 그걸 어떻게 흉내낼 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보고 따라해볼 수 있으니까. 일단은 그거부터라도 해보려고 한다. 미련이 남은 관계들도 대체 내가 뭘 어떻게 했어야 좋을지 모를 관계도 많지만 일단 그건 접어두고. 일단 이번 일에서는 자신감도 생기고 일에 대한 감도 좀 찾았으면 좋겠다. 눈 앞에 놓인 일을. 열심히. 잘. 해보자.
2. 다짐한 것과는 별개로 오늘 대본 한 번 정독 겨우 한 게 전부지만. 이전엔 대본도 촬구도 제대로 안 보고 갔었으니까! 오늘은 오늘대로 괜찮고 내일 다시 또 보면 되지. 그럼 된다. 일단은 아주 작은 하나부터. 차근차근.